찬물끼얹고 싶진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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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의 4강 진출로 많은 분들이 기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오늘 새벽에 있었던 경기를 보며 어찌나 박진감이 넘치던지 이길만하면 지고, 질만하면 이기는 아이들의 밀당에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이렇게 짜릿한 경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이대로 결승 진출 또는 사상 최초의 우승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대회 우승이라..... 생각만 해도 기쁘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말리, 미국, 에콰도르, 한국, 세네갈 이렇게 8팀이 8강에 올랐는데 실제 성인 월드컵의 8강 팀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월드컵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는 콜롬비아, 미국, 이탈리아 정도를 제외하곤 큰 임팩트가 없어 보이며 흔히 우리가 아는 축구 강대국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축구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점차 실력들이 평준화되는 것일까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대다수의 축구 선진국들은 이런 대회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이미 이 연령대의 선수들은 거의 프로 계약들을 마친 상태이며 우리나라처럼 애국심이란 이름 아래 똘똘 뭉쳐 무언가를 이루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대회는 1999년 생들이 많이 출전하므로 선수들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나 중간점검 차원, 또는 프로팀과의 계약을 위한 셀프 프로모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성인대회의 취지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죠. 자랑스럽고 어린 한국 선수들이 이룬 업적을, 또는 곧 만들어질 가시적 성과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그들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순간이며 수없이 흘린 땀과 눈물의 결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객이 전도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것은 결과가 아닌 내용을 보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기 운영은 대부분 승리에 그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개인적인 기량 향상과 경험의 축적보다는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국민, 선수, 협회, 언론 모두가 하나 되어있죠. 이것이 과연 옳을까요?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를 지도자나 스카우터의 입장이라 가정하고 복기한다면 포르투갈에서는 건질만한 선수가 많은 반면(포르투갈은 예선 탈락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누가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팀 플레이에 치중하며 서로를 위해 플레이하던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는 감동적이었지만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이후에 있었던 일본, 세네갈의 경기를 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두명을 제외하곤 사실 번뜩인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지요. 도대체 무엇을 위한 대회일까요? 이들은 성인대표팀도 아닌데...... 이들은 최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앞으로 있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마음 놓고 마음껏 플레이하게 해야지 마음 졸이며 플레이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벨기에는 국제 유스대회에서 10년 가까이 죽을썼지만 그 시간 동안 겪은 수많은 실패들을 과정의 일환으로 여기며 끈질기게 밀어붙인 덕택에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피파랭킹 1위에 올라있습니다.(벨기에 인구 약 1,100만) 그들도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요? 그러나 그들은 승리나 우승이 아닌 미래를 택했습니다. 현재 한국 선수들이 계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승전보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얻을 결과의 핵심이 인재 발굴과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그 방향이 조금 틀어져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도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 우승을 통해 제대로 사고 한번 쳐주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생각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텔레파시가 있다면 한 마디 전해주고 싶네요.

 

'오늘 경기에서는 팀이 아닌 니가 주인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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